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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뎨례의 한글별전은 일본의 회전

화폐

by 集賢堂 2022. 5. 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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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별전 대부분에는 한글이 아닌 중국에서 유래한 한자가 쓰여 있다. 반면 효뎨례의 별전(편의상 별전이라고 말한다. 발견 당시 일본인 수집가들은 이 돈을 정용품(正用品) 즉, 실제 조선에서 통용되었던 정식 화폐로 생각하였다.)은 특이하게 조선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이 쓰인 별전이라는 점에서 한국에서 매우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별전은 조선이 아니라 19세기 일본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1889년 12월 20일 일본에서 출판된 《명치신찬천보明治新撰泉譜》 제3집에 화폐수집을 취미로 두던 에도의 약장수 모리타 지헤에(守田治兵衛, 1841-1912)가 소장한 효뎨례의 별전이 실려 있다. 그는 몇번 보지 못한 이 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조선공사에게 찾아가 자문하였다. 당시 조선공사는 말하기를, 효뎨례의는 효제예의(孝悌禮儀)라는 뜻을 지녔으며 다름아닌 경하전인데 조선에서 아직까지 보지 못한 진기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즉 당시 조선에서도 보지 못한 희귀한 돈이 일본에 있었던 것이다.

《명치신찬천보明治新撰泉譜》 제3집과 《월단중평천보月旦衆評泉譜》 제35호 - 이 별전을 조선 세종 조에 주조했다는 건 일본인 모리타 지헤에 등 일본인 수집가의 추측인데 확증이 없다. 심지어 《명치신찬천보明治新撰泉譜》는 당백전을 숙종 조에 주조했다고 적는 등 명백한 오류가 있다.

 이 희귀한 별전이 일본에 또 있었다. 《월단중평천보月旦衆評泉譜》 제35호에 우츠노미야 도시츠나(宇都宮寿綱)의 소장품으로 1880년 8월 26일 도쿄 우에노 히로코지(上野廣小路)에 소재한 다이모(大茂)라는 찻집(茶亭)에서 소개되었다고 한다. 모리타 지헤에도 회원으로 참석하는 모임이었다. 모리타 지헤에는 1889년까지 총 2점의 별전을 직접 보았다.

 

 일본인들이 소장할 정도라면 조선에서도 발견될 만큼 그 수가 적지 않을 것이나 실물이 없다. 지금 한국에서 거래되는 별전은 인쇄된 걸 보고 만든 위조품일 가능성도 있다. 《명치신찬천보明治新撰泉譜》에 실린 것은 시중에 유포할 목적으로 나무에 새겨서 인쇄한 것이고,  《월단중평천보月旦衆評泉譜》에 실린 것이 실제로 탁본한 것이다. 《명치신찬천보》에 실린 것은 인쇄 과정에서 변형이 생겨 서체가 달라지고, 크기도 더 커졌다. 출판하면서 가품 제조를 우려했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한 것 같기도 하다. 현재 거래되는 모든 별전 중에 실제 별전의 탁본과 유사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실물의 탁본은 앞서 말한 모임의 회원들에게만 소량 배부되어 아무나 쉽게 볼 수 없는 반면에 인쇄물은 누구나 가질 수 있었다. 1889년 이후에 수집가의 수집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이 인쇄물을 번각한 가품이 제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품으로 추정되는 별전은 서체가 훨씬 더 두껍게 변했다.

 

진품의 탁본은 지름이 약 41mm, 인쇄물은 지름이 약 44mm 정도다. 지금 한국에서 거래되는 별전은 인쇄된 걸 보고 만든 위조품으로 보인다. 실물의 탁본은 가품을 구별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이 별전에 대한 이보다 이전의 오래된 기록은 찾을 수 없다. 17세기, 18세기 일본의 고전 연구서에서도 언급이 전혀 없다. 또한 19세기 말엽부터 20세기 초에 일본인을 제외한 그 무렵 여타 외국인 수집가의 저서에서도 이 별전을 찾을 수 없다. 조선 별전 연구의 선구자 Frederick Starr, H. A. Ramsden 등도 이 별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Dr. Starr의 경우, 1916년 조선에 방문하여 별전에 대해 조선인을 상대로 강연을 할만큼 열정적인 화폐학자였다. (윤치호 일기 1916년 2월 9일 참조 )

 

 20세기 초 대정(大正) 연간, 일본인 후지마 죠헤이안(藤間常平庵)은 유고에 조선 시대 말기에 제조되었다는 내용을 잡지 《화폐지貨幣誌》에서 전재하는 등 이미 일본인 수집가들 가운데서는 이러한 별전의 진위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일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도 실물을 조선에서 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이야기지만 흥미롭게도 19세기 일본의 번찰에서도 한글이 발견된다. 오즈번(大洲藩) 번찰에 한글이 쓰여 있다. 에도 시대에 이미 일본인들은 한글을 숭상하면서 자신들의 것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히루 문자]

 

 한편 '효뎨례의'라는 말을 일본인이 어떻게 알고 한글이 쓰인 회전을 만들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에도 시대 일본인이라고 조선어를 모르지는 않았다.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같은 일본인은 조선어에 아주 해박하였다. 《교린수지交隣須知》는 아메노모리 호슈가 부산에 살면서 저술한 일본인을 위한 조선어 교재다. 이 책에 효뎨례의 관련 내용이 실려 있다.

 

 

 다음과 같은 점에 미루어 보아 효뎨례의 별전은 일본인이 날조한 일본 회전이 아닐까 하고 통찰해 본다. 일본인에 의해서 정교하게 날조된 별전이라 볼 여지가 있다.

 

• 조선사람은 알지 못하고 조선의 기록은 물론 조선에서는 실물도 없는 별전인데 조선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조선 땅을 밟아본 적도 없는 일본인 수집가들이 별전을 자랑하듯 과장해서 소개하였다.

• 조선 별전에 대해 식견이 매우 높고 조선에 방문도 할만큼 열정적인 수집가들도 이 별전을 수집하지 못했고 언급도 안 했다.

• 현재 거래되는 별전은 옛 탁본과 형상이 다르며, 목판 인쇄물을 뒤집어 새로 만든 것이다.

• 효뎨례의 별전에 녹이나 마모가 전혀 없어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 않고 대정 연간 일본인들도 조선 시대 말기에 만든 것 같다고 의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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