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출판된 奥平昌洪 선생의 《東亜銭志》에는 별전 주조에 대해 상평통보를 처음 주조할 때 동질을 알아보기 위한 견본으로 주조했다고 적혀 있다. 이러한 주장은 지금까지 별전에 대한 설명에서 빠지지 않는데, 일본인의 상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 비추어 조선에서도 그랬겠거니 하고 그럴 듯하게 설명한 것이다.
별전 주조의 실상은 19세기 조선 문인 이규경 선생의 《五洲衍文長箋散稿》에 보인다. 주전국을 처음 열면서 백동이나 황동으로 주조하기는 하는데 목적이 다르다. 장인들이 멋대로 주조(擅鑄)해서 주전국 관원(官員)과 이역(吏役)에게 먼저 뇌물로 먹인다고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또한 별전은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민간에 판매되었다. 저자가 별전 주조를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
(초략) 初開鑄錢局也。以白銅、黃銅例鑄。俗所謂耳錢。(중략) 先賂錢局官員吏役。或放賣民間。爲婦孺小奚佩囊纓、鑰匙綬飾。以爲玩好之物。今工匠擅鑄異樣錢。私自行賂爲貨。法無所禁。未可知者。(후략)
장인들이 배임죄와 뇌물죄를 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조선 별전, 엄격히 보아 좋게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국가에서 마련한 물자로 화폐를 만들어야 하는데 유용하여 자신들의 상품을 제조하였으니, 조선시대 표현을 빌리자면 환롱공화(幻弄公貨)라 말할 수 있다.
다만 별전으로 분류된 전부가 이러한 오점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부 별전에는 장인들이 임의로 만들기 어려워 보이는 도안도 있기 때문이다.
별전을 만든다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조선 말기의 장인들은 상평통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재질을 모범적으로 한다거나, 색을 칠한다거나, 연결된 형태로 남기거나, 형태를 가공하는 방식으로 화폐를 제조, 이를 따로 챙겨서 웃돈을 받고 팔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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