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2일 발행된 프루프급 현용주화 세트 '2020 한국의 주화'가 발행 직후 3배 내지 5배의 높은 가격에 전매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는 1978년 6월 12일에 발행된 사격 기념주화를 떠오르게 합니다.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우선 기념주화의 발행과 관련하여 한국 최초의 기념주화는 1970년에 발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념주화는 외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실제 국내에서 발행된 첫 기념주화는 1975년의 광복 30주년 기념주화 100원화였습니다. 국내에서 2번째로 발행된 기념주화는 1978년의 사격 기념주화 5000원, 500원화였는데, 당시 화폐 수집 취미가 한국에 점차로 퍼지면서 2번째로 발행되는 기념주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사격 기념주화는 1978년 6월 12일부터 4만 5천 매의 5천 원 은화(나머지 5만 5천 매는 사격연맹이 배분)는 한국은행 본점(1만 7천100매) 및 지점에서 선착순으로 1인당 1매씩 교환해 주었고, 45만 매의 500원 백동화는 시중은행에서 1매씩 교환해 주었습니다.
12일 당일 새벽 4시부터 한국은행 본점에는 1만 5천 명이 몰렸습니다. 8시 30분 교환 개시 이후, 15분 만에 12일분 6천 매가 순식간에 교환되어 곧바로 2천 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었습니다. 13일에는 새벽에 한국은행 본점 앞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기다리던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한국은행의 주화 교환 업무도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이후 한국은행에서는 남은 1만 1천 매의 은화를 모두 서울 시내 금융기관에 배정해서 시중은행 고액 예금자를 대상으로 1인당 1매씩 컴퓨터 추첨하는 방법을 택하였습니다. 당첨 확률은 상당히 낮았습니다.
1978년 6월 17일 무렵, 원로 수집가 이인구 선생(당시 국민은행 을지로 지점장, 1930년대 9살 무렵부터 수집 시작, 1975년 기념주화 발행 건의자, 한국 화폐수집계 초창기 대선배, 구한국 금화 소장자, 꿈을 이룬 수집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순히 투자만을 염두에 둔 수집은 곤란합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보다 유망한 다른 축재 수단을 찾는게 낫습니다. 화폐수집은 사회를 배우고 인생을 풍부히 하는 고급 취미생활입니다."
"이번 사격대회 기념주화 소동을 보면서 착잡한 심경에 사로잡혔지요. 그 사람들이 모두 진정한 수집가라고 볼 순 없어요. 거개가 프리미엄을 노리는 사람일 겁니다."
한편, 기념주화 투기가 얼마나 심했는지 당시 한국은행 인천 지점장의 집에서는 광복 30주년 기념주화 1천 매가 장롱에 있었다고도 합니다. [강도사건]
흥미롭게도 이번에 나온 한국은행 창립 70주년 특별 주화세트도 마찬가지로 6월 12일에 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2번째로 나온 무광프루프(급) 주화세트입니다.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당시의 5천원 은화는 1979년 몇 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기념주화를 사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번에 나온 주화세트도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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